부산에서의 마지막 밤. 내일 새벽 비행기로 제주에 돌아가기 위해서 숙소에 누웠다.
하반기들어 제주 집을 일주일씩 비우는 일이 잦아진 것 같다. 일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약속도 부쩍 많아 진 것 같다. 특히나 결혼식이 물밑듯이 몰려왔다. 정확히 세아려보진 않았지만 대학 동기중에 이제 미혼인 친구가 더 적은 것 같다. 대학 동기는 아니지만 동갑내기 사촌녀석도 다음주면 결혼한다고 한다. 31살. 이제 결혼식이 많아져도 이상하진 않지.
10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이제는 다음인이 아니라 다음카카오인으로 불리운다. 호칭이 님에서 영어 이름으로 바뀐 것 만큼이나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막강한 파워의 주인이 생긴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장기적인 투자도 가능하리라. 이런식의 구조가 더 날렵하고 변화에 적응이 빠르다고 생각된다. 물론 좋은 주인일 경우에.
다음도 다른 IT 기업에 비해 젊은 문화 기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카오에 비해 늙은 기업이었다는 느낌이 지울 수 없었다. 비단 합병 행사때 카카오 크루들의 댄스 실력만 보고 하는 얘긴 아니다. 아디오스 다음.
입사 후 처음으로 열린 전사 행사였던 것 같다. 다음 개발자 컨퍼런스는 내가 입사한 뒤로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개발자 컨퍼런스는 사실 개발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이번 합병 행사였던 be the one festival처럼 전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아니었다. 여하튼, 이번 합병 행사의 디테일함과 스케일이 인상적이었다. 돈 많은 주인님의 지름에도 놀랐다. 아이폰6 감사히 쓰겠습니다. 하루 종일 먹을 수 있었던 야외 행사장 곳곳에 준비된 나라별 뷔페 음식도 좋았고, 자연스럽게 난장을 깔 수 있도록 준비된 공간. 그리고 무한 맥주와 음악, 공연. 마음에 들었다.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의외로 전인권 라이브가 괜찮아서 놀랬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다. 이직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새로운 연봉, 비록 임시지만, 새로 받은 명함과 출입증엔 이제 내 이름보다는 영문 이름이 큼지막히 써져있다. 이직했다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좀 더 회사 생활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부산. 4박 5일 동안 날씨가 너무 좋았다. 습하지 않고, 태양은 적당히 따갑고 하늘은 맑았으며 바람은 선선했다. 저녁에는 외투를 걸치고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내가 왜 부산국제영화제를 좀 더 빨리 오지 않았을까? 하루에 영화 서네편. 돼지국밥과 소주 한잔. 산책. 정말 잉여롭기 그지 없는 생활을 했다. 소화도 참 잘되더라. 어제는 순대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와서 산책을 하다가 돼지국밥에 소주를 두병이나 깠다. 하하. 생각해보니 매일 술을 먹었다. 적든 많든. 오늘은 아니지만.
총 11편의 영화를 예매했는데, 전체적으로 영화를 잘 고른 것 같지는 않다. 영화를 보고 평점과 평을 남겼는데, 3.5가 최고였다. 4점이 없다. 아쉽다. GV 위주로 예매를 한 것은 정말 좋은 판단이었다. 황금시대는 GV로 예약을 못해 탕웨이 실물을 못본 것은 두고두고 후회가 되리라. 영화가 끝난 뒤에 감독 그리고 배우와 가지는 시간이 정말 좋은 것 같다. GV에 대해서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몇몇 사람이 긴 질문을 두개씩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에게 질문의 기회가 가지 못했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 GV때가 그런 경운데, 처음부터 영화쪽 공부를 하는 학생이 너무 긴 질문 두개를 연달아 하는 바람에 그 질문의 감독 답변도 덩달아 너무 길어졌다. 욕심쟁이. 결국 그 길고 길었던 질의응답이 끝난 후에 추가 질문 기회가 한번 밖에 돌아가지 않았다. 이런건 적절한 질문 가이드를 미리 얘기를 해주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아참. 김규리는 이쁘고, 안성기의 목소리는 정말 좋더라. 하하.
내일 아침이면 입사 후 처음으로 예전 조직구조로 치면 파트원, 지금으로 치면 셀원이 출근한다. 사실 그 전에도 내 추천으로 후배가 팀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같은 업무로 묶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같이 일하는 동료다. 인수인계도 해줘야하고 이것저것 신경을 써줘야할 것 같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연애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행동이나 말 하나하나에 더 조심스러워지고, 연애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도 많아진 것 같다. 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점점 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진다고 하는 것인지 알 것 같다. 새로운 사람과의 시작하는 것이 너무 오래되기도 했다. 20대 중반, 그리고 지금은 30대 초반이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직접 겪어보니 내가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묘한 느낌이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감정과 시간이 유한한 것은 맞다. 하지만 시간이나 감정 소모가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는 다면 아껴둔 시간과 감정을 무덤까지 가져갈 것인가?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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